피톤치드 하면 바로 떠오르는 식물이 뭐가 있을까요?
저는 율마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해를 많이 보면 아름다운 연둣빛을 띄고, 그늘에선 진녹색으로 무장하여 건강함을 뽐내는 멋진 식물이지요. 그런데 율마에게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답니다. 물만 마르지 않게 잘 챙겨주면 해충한번 생기지 않고 그야말로 순하게 자라는 반면, 조금만 방심하면 잎이 누렇게 변해가면서 줄기까지 말라 순식간에 초록별로 가버리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가드너들 사이에서 율마는 알면 그야말로 키우기 쉽고, 모르면 너무 어려운 식물 중 하나로 불립니다.

1월 말인 현재 저희 집 율마 3그루는 모두 거실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어요. 동그란 수형의 가장 큰 외목대 율마는 토분에, 나머지 두 아이는 사각 플라스틱 화분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놓인 환경과 화분을 특별히 가라지 않는다는 말이겠지요. 그렇지만 처음 키우는 분이라면 가능한 한 토분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토분은 통기성이 좋아 수분을 오래 가두지 않게 되니 과습의 위험이 줄어 가장 안정적입니다.
물 주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화분의 겉흙이 전체적으로 얇게 말라있을 때 흙을 살살 거둬내 보세요. 흙을 만졌을 때 수분을 머금고 있지만 질척거림이 아닌, 흙이 후루루 떨어지는 상태라면 물을 흠뻑 줄 타이밍이랍니다. 흙마름의 두께가 두꺼워지면 치명적일 수 있으니 세심하게 살펴야 해요. 며칠에 한 번이라는 공식은 전혀 적절치 않다는 걸 꼭 기억해 두시고 눈과 손으로 항상 상태를 체크해야 합니다.
통풍은 어느 식물에게 있어서나 중요한 요소이지요.
기온이 높은 시기엔 둥근면 전체에 골고루 바람이 지나가도록 화분을 돌려주면서 키워야 해요. 바람이 닿지 않은 부분은 시간이 지체된 만큼 잎줄기가 누렇게 상하게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에요. 반면 추운 계절엔 통풍 불량으로 인한 손상은 거의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키울 수 있답니다.
수형 잡기를 위해 순 따기를 하실 땐 가위를 사용하기보다는 손으로 따주는 걸 추천드려요. 가위에 의해 잘린 부분이 누렇게 되어 지저분한 모습이 한동안 계속되기 때문이에요.
율마의 월동온도는 0도라고 합니다. 추위에도 제법 강한 아이라 할 수 있지요.
저는 겨울에도 멋스러운 율마를 곁에서 만지고 감상하기 위해 해마다 거실에 들여 키우고 있어요. 실내 온도를 21도 내외로 유지하게 되면 웃자람도 없고 크게 신경 쓸 일 없이 키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율마를 처음 키우는 분이시라면 아기율마보다는 중간크기의 율마를 권해드려요. 뿌리활착이 연약한 소품보다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린 중품이 적응력이 좋아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하셨나요? 하지만 연녹색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율마를 보면 꼭 한두 번 쓰다듬게 되지요. 다시 도전해 보세요. 나와는 맞지 않는 너무 어려운 식물 중 하나라는 건 오해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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